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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말장난?

by 시선과느낌 201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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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거리에서 건널목의 신호를 기다리는데 사거리 코너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현수막 문구 중 ‘복선’이란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사는 곳의 지하철은 ‘한 방향’으로 만 지하철이 운행된다. ‘1번, 2번, 3번’이란 지하철 역이 있다면 2번 역에서 3번 역으론 갈 수 있지만 1번 역으론 못 간다는 얘기다. 어떤 사정이 있어 이런 형태가 되었겠지만, 참 난감한 형태다.

 

 

현수막에서 말하는 ‘복선’이란 ‘한 방향 노선’‘양방향 노선’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당시에 이에 대한 소문도 돌았었다. 불편함을 없에 주겠다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단선 지하철을 복선으로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란 의문이 든다. 그것은 백화점 매장에 칸막이를 쳐놓고 일부분씩 리모델링하는 것 정도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선인 지하철 터널을 복선으로 만들기 위해선 기존의 터널을 넓히거나 옆에 반대 방향을 위한 터널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터널을 넓힌다는 것은 운행 중인 지하철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선택 대상의 될 수 없을 것이고, 옆에 터널을 하나 더 만든다는 것도 기존의 구조물들이 터널 공사 시 생길 충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 가능한 기술이 있어도 가능케 함에 따르는 비용이 생길 것이다. 

만약에 복선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때(단선을 만들 당시)는 왜 안 만들고 지금에 와서야 만들겠다는지도 의문이다. 내가 모르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연장’이란 단어다. 이것도 당시의 소문인데 노선을 의정부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연장’이란 단어에선 기술적 가능 여부를 의문케 하는 것은 없다.

 

그다음 단어는 ‘중장기’. 중기(中期)와 장기(長期)를 모두 포함하는 ‘어느 정도면 될 수도, 오래 걸릴 수도’라는 어중간한 표현이다.

 

다음으론 ‘검토확정’이다. 글 그대로를 해석한다면, ‘검토해보겠다.’는 얘기다. ‘검토’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조사하겠다는 얘기다. 좀 달리 해석해서 ‘검토 후 확정했다.’라고 한다면 앞의 ‘검토’란 글자는 필요 없게 된다. 또 달리 해석해서 ‘검토 후 확정하겠다.’라고 하면 ‘확정하겠다.’란 의지라면 ‘검토’는 왜 하는가. 그냥 확정하면 되지. ‘검토’란 단어는 유무(有無) 사이에서나 어울리지 유(有) 앞에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수막 단어들을 연결하면 ‘6호선 복선과 연장 공사를 어느 정도면 될 수도 또는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검토 해보겠다.’로 해석된다. 이 문구를 좀 간단히 쓴다면 ‘6호선 복선·연장 생각 중.’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은 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얘긴가?

 

내가 바보라서 현수막 문구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면 좋겠다. 그런데 현수막 문구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장난이 아닌, 현수막을 만들었던 관계자가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이면 이 또한 좋겠다.

 

그나저나 나중에 토목 설계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있으면 설계사에게 복선 확장 공사의 가능 여부를 물어봐야겠다.

 

PS 1. : 2014년 5월 현재. 지하철 복선, 연장에 대한 소문은 들리지 않음.

PS 2 : ‘지하철 복선화’로 검색해보니 이런 글이 있음. 같이 봐 보시길.

http://danbis.net/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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