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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시 찾은 한옥 커피점 ‘고당’

by 시선과느낌 201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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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에 한옥 커피점 ‘고당’을 다시 찾았다.

< 위 사진은 2013년 9월의 것이다. >

 

 

월요일이고 비가 오는 터라 손님이 많이 없었다. 그 덕에 원하던 독방을 차지할 수 있었다. 3번째 들른 것인데 독방으로 들어오긴 이때가 처음이었다. 붐비는 때는 독방은 꿈도 못 꾼다.

 

 

방들의 형태와 넓이가 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들어간 곳은 1.5평 정도였다. 방 안을 둘러보면 별건 없다. 일딴 출입문이 있고, 출입문 반대편에 창이 있다.

 

 

상이 있으며,

 

 

가구가 하나 있다. 손님을 위해 마련한 기능적인 가구는 아니고, ‘이곳은 한옥이다~’라고 말해주는 비쥬얼적 가구일 뿐이다.

 

 

가구 안엔 이런 목침이 몇개 들어있다. 커피점인데 잠자는 손님도 있을라나 모르겠다.

 

 

실내는 청결한 편은 아니나 지저분할 정도도 아니다. 바닥에서 따듯한 온기는 느껴지나 공기엔 약간의 찬 기운이 돈다. 그렇다고 추울 정도 또한 아니다. 방이 청결하고 고급스럽지는 않으나, 다른 커피점에서 찾을 수 없는 아담하고 포근함이 있다. 우리 가족만 있는 독방이어서 조용해 대화가 편하고, 어린 아들이 돌아다니며 말썽부릴 염려도 없다. 방안에 기물이라곤 가구 하나, 목침, 방석, 상뿐인지라 망가뜨릴 것도 없다. 어린아이와 같이 들른다면 장난감 몇개 챙겨가도 될지 싶다.

 

 

창을 열고 나가려는 아들을 앉혀놓고 핸드폰의 동영상을 보여준다. 아직은 아들의 표정이 뚱하다. 

오랜만에 앞머리를 묶어 봤는데 ‘ㅋ~’ 귀엽다.^^

 

 

표정에 약간의 반응이 보이기 시작한다.

 

 

웃는다.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나 보다. 집사람의 표정도 아들의 표정 따라 변한다.

 

 

좋아 죽겠나 보다.

 

이때 안 사실인데, 커피는 무한 리필이란다. 리필되는 커피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맛은 모두 괜찮았다. (이날 리필을 두번 했다는...) 커피가 더 필요하면 종업원을 부르면 된다. 누르는 밸 같은 것은 없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커피 마시며 집사람과 여러 대화를 나누었었다. 어린아이가 있어, 커피 마시며 담소[談笑] 나누기 힘들다 생각된다면 ‘고당’을 찾아보시라. 좋다.

집사람에게 눈 오는 날 다시 찾자고 했는데 언제 갈까나~ 1월엔 힘들 거 같고 2월에 찾아봐야겠다. 

 

아! 창을 열고 내리는 비를 보는 것도 정취 있다.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192-10

전화번호 : 031-576-8090

영업시간: 

월 ~ 금 : 오전 11:00 ~ 오후 9:45

토 ~ 일 : 오전 11:00 ~ 오후 10:45

 

 

 

 

 PS. 2015. 6. 22 


지난 토요일(2015. 6.13) ‘덕소 숯불고기’와 ‘고당’을 찾았다.‘덕소 숯불고기’ 에선 1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었고 이용방법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 맛은 여전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들도 이날은 어찌나 잘 먹던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고당’은 이제 그러지 못할 거 같다. 이유를 몇 가지 들자면

  • 야외의 좌석 수를 늘리려는 시도로 한옥의 여백이 없어졌고 그 여백을 채운 요소도 한옥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 커피를 마시면 보충(리필)이 가능했는데, 9시까지만 가능하단다. ‘보충은 9시까지만’이란 원칙이 전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에는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직원의 퇴근으로 보충이 안 될수 있으니 지금 보충을 받으시겠습니까?”라고 사전알림이 있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는 거 같다. 알아서 챙기는 배려가 한 가지 없어진 거다.
  • 운영 시간이 새벽 3시까지 연장됐다. 그러면서 술도 같이 판매되는 거 같다. 술이 있다면 안주도 있을 텐데 커피를 마시는 옆에서 술과 안주라… 내 기억 속의 ‘고당’에선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서 냉면(아니면 국수)도 같이 판매하는 거 같다. 커피집에서 냉면이라니…
    예전 어느 작은 동네 커피점에서 마른 멸치를 탁자에 널어놓은 것을 보곤 이용할 곳이 못 된다 싶어 그냥 나온 적이 있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시는 아주머니께서 혼자 운영하시니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나왔던 기억이다.
    ‘고당’에서의 ‘냉면’은 위의 동네 커피점의 ‘마른 멸치’와 비슷하단 생각이다.
  • 원래부터 고기를 주로 하는 식당이 옆에 같이 있었는데, 전에는 두 공간이 확실히 구분되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두 공간이 섞이는 느낌이다. 그로 인해 커피점의 장점이 흐려지는 듯하다.


내 짐작엔 주인(또는 책임자)가 바뀌지 않았나 싶다. 그 책임자는 여러 것을 시도해 이윤을 높이고 싶은가 보다. 그러다 보니 이것도 붙이고 저것도 붙이고 해서 커피점이었던 고당은 커피점이 아니게 됐다.

 

다시 찾지 않을 곳은 아니나, 좋아하는 곳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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