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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앨범

배달 오토바이

by 시선과느낌 2021.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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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 귀 쪽 머리카락을 넘기는데 흰 머리카락이 빛이라도 발하듯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난 바로 집사람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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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아 집사람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다. 집사람은 흰 머리를 잘 뽑는다. 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집사람은 내 뒤에서 머리카락을 뒤적이며, 분리돼 있던 소소한 하루를 얘기한다.

 

창밖에서 우리의 대화를 가르는 소음이 배달 오토바이와 함께 빠르게 지나간다. 저 오토바이 소리는 언제나 거칠다. 귀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거칠게 만든다. 배달 오토바이들의 엔진 소리는 아스팔트 노면과 같다. 조밀하나 일정치 않고 만지면 거침이 느껴지는 소리. 우리는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을 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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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 저 오토바이들로부터 배달을 받는다. 주로 피자나 치킨이다. 전화로 주문하고, 오토바이 소리가 내 집 근처에서 멈추면 “어! 왔나 보다~!” 하며 반겼었다. 내가 반긴 그 오토바이는 거친 소음을 살포며 내에 달려왔을 거다. 빨리 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거칠게 달려왔을 거다.

생각해보니 집배원의 오토바이 소리는 거친 느낌이 아니었다. 어쩜 그들의 배달물은 기다림이 덜한 것인가 보다. ‘혹시 기다리지 않는다면 피자집 오토바이에서도 거친 소음이 없어질까?’ 생각해본다.

 

이제 배달시키면 기다리지 말아봐야겠다. 그리고 밤늦게는 배달시키지 말아야지. 

 

그런데... 

기다리는 마음이 없다면 '식은 피자'가 도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안 되는데... 

기다려야 하나?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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