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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아들의 100일(육아일기 15주)

by 시선과느낌 201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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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시간에 집을 나서려는데, 집사람이 아들 기저귀를 갈고 있었습니다. 근무지까지 가기 위한 시간이 충분친 않지만 아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제 헤드폰을 아들에게 착용시켰습니다. 그러곤 좋~다고 장난스런 사진을 찍습니다. 아들로 인해 하루를 웃으며 시작해 좋았습니다.

 

“힘을 내야지!”란 생각이 어떤 사람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 어떤 사람이란 대부분 ‘자신의 아들, 딸’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집사람에 비해 아들과의 시간이 부족한 저에게, 집사람은 아들과의 낮 시간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음흉해 보이는 위의 사진은 볼 때마다 웃음을 터지게 만듭니다. ‘이런 감정이 나에게 있었나?’ 싶은 것들이 아들의 성장함에 따라 하나하나 나타납니다.

 

 

집사람이 아들의 100일 기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수막 만들고 POP도 만들고, 아들 보느라 잠도 모자라고 식사시간도 일정치 않은데, 기념일 준비로 고생이군요. 이궁... (못 도와줘서 미안요^^;)

 

100일 잔치는 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편의상 식당에서 할까하다, 가족들의 손으로 만든 음식들로 축하를 나눴으면 하는 마음에 집에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제 둘이 잡채, 김치, 보쌈 등을 해오기로 했고 나머지 떡, 전, 국수, 영양밥, 과일 등은 저희가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집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니 두 처제에게 음식을 해오라 반 강제적으로 시켰다는군요.ㅋㅋㅋ 제 생각엔 반에 반에 반 정도만 강제적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분명 착한 처제들이 언니 입에서 음식 얘기가 나오자마자 해가겠다고 자원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얼마 전 블로그에 아이의 커가는 단계를 ‘고개를 들고,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집고 서며 걷다가 뛴다.’라고 했었는데 한 가지 더 있었군요. ‘돌아다니면서 자기’를 추가하겠습니다. 자는 도중 아들의 끙끙데는 소리에 아이를 확인해보니 이 상태였습니다. 어찌나 웃기던지 가끔 침대를 발로 차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렇게 돌아다니려고 그랬나봅니다. (가끔 180°를 돌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성장의 한 단계를 더 확인한 것 같아 즐거운 기쁨을 느꼈습니다.

 

 

날이 갈수록 아들의 웃음이 사실적으로 완성돼 갑니다. 그 전엔 반작용적인 웃음이 많았지만, 날이 갈수록 기쁨으로 가득한 웃음으로 완성되어 갑니다. 침을 좔좔 흘리면서 말이죠.ㅋㅋㅋ 아이가 침이 많은 건 건강하단 증거랍니다. 건강하게 100일을 맞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들의 100일 날입니다. 집사람이 만든 기저귀 케익과 POP, 50일 사진액자, 떡, 과일 등으로 상을 차리고 축하를 했습니다. 조그만 조카들이 상차림이 신기했던지 자꾸 다가와 참견을 합니다. 기저귀 케익 위의 반짝이는 글자와 POP, 떡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상차림을 마친 후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처럼의 단체사진이었습니다.

농사일로 바쁘신데 먼 길 오셔서 축하해주신 장인어른과 아이들 돌보느라 바쁜 와중에 먹을거리 챙겨 온 처제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들에게 더 풍족하고 멋진 날을 만들어 주었으면”이란 미안스런 미련은 어느샌가 지워졌습니다. 여러 분들이 아들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모인 것이 풍요고 멋진 날일 겁니다. 이 날의 이야기와 사진을 훗날 아들에게 전해줄 때면 멋지게 익어 깊은 맛이 전달될 것입니다.

 

 

아들은 이 날이 어떤 날인지 이 많은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가 봅니다. 내년 이맘때면 아들은 오늘 있던 형과 누나들과 뛰어 노느라 정신없을 겁니다. “늦었느니 집에 가자”해도 싫다하며 울고불고 하겠죠.

 

 

정리되지 않고 소란스러운 환경에 유난히 신경질적이고 민감한 성격의 저인지라 이 날도 기쁜 마음 이면에 스트레스를 담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담는 자체가 미안하고 죄스럽고, 혹여나 제 얼굴에 표현 됐을까 걱정입니다. 아니, 아마 표현 됐을 겁니다. 잘 숨기지 못하거든요.

제 얼굴에 표현된 그것을 보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제 성격을 도형으로 말하라하면 “네모”라 하겠습니다. 삼각형 같이 뽁족하진 않지만 각이 미세해, 만지면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아들은 이런 제 날카로움에 다치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어쩌면 아들은 ‘아빠란 원래 성격이 이런가 보다’ 생각할지 모릅니다. 날카로움을 날카롭지 않다 느낄지 모릅니다. 날카로운 성격을 아들이 만지고 만지고... 그러다 보면 날카로움이 무뎌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미 무뎌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는 중이면 좋겠습니다.

 

위의 사진 중 왼쪽은 제 백일 사진입니다. 오른쪽은 왼쪽 아이의 아들이고요.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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