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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봄소풍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by 시선과느낌 2014. 5. 29.

오후 1시가 돼가는데 수목원 생각이 난다.

쉬는 동안 하려던 아들 방 꾸미기도 영양분 없는 흙을 바꿔 주려던 분갈이도, 갑자기 든 

‘수목원으로 놀러 갈까?’란 생각에 가차 없이 뒤로 미루고 싶어진다. 집사람에게 의향을 물으니 당연 좋단다. 처음엔 광릉 수목원을 생각했는데 예약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결정했다. 아담한 아침고요수목원이 아들과 놀기엔 더 적합할 듯싶기도 하다.


대충 준비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토요일이라 도로 위 나들이 차량이 많다. 느릿한 차 

속에서 ‘늦었는데 괜히 나왔나?’란 하나마나한 생각이 든다. 서울을 벗어나니 차는 속도를 내며 시원한 경치를 보여준다. 늦게라도 나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주유를 위해 정차한 사이 아들의 사진을 찍었다. 예전에도 이 자리 이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장면과 비교하니 우리 아들 참 많이 컸다. 아기 때보다 잘 먹지 않아 살이 빠진 얼굴엔 예전의 귀여움 한쪽에 장난기가 채워져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엔 꽃들이 한창이었다. 들어서며 지금이 꽃이 한창일 때란 걸 알았다.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니... 그래도 지금이라도 느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집사람이 꽃을 만져보라 하니 아들은 살짝 쓰다듬는다. 그래 생명은 살짝 쓰다듬는 것이 맞다.

 

 

준비 없이 무작정 출발한 거라 계획도 기대도 없었다. 단지 예전 내 기억 속 잔디밭에서 아들이 즐겁게 뛰놀았으면 싶었다. 도착 시간이 늦은 점심때여서 도착 후 바로 점심을 먹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원활한 인원이었다.

 

 

아들과의 셀카.^^

 

 

소풍 준비물은 단출했다. 김밥집에서 구입한 김밥 두 줄과 주먹밥 한 덩이, 물, 집에 있던 과일, 아들 군것질거리, 사진기, 돗자리도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 집사람과 아들의 돗자리는 내 난방으로 대신했다. 내 바지엔 물이 들던말던 했다. ‘청바지니 괜찮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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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뛰논다. 내리막길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잘 뛴다. 잔디밭이라 넘어져도 걱정 없다. 이만큼 뛰놀 곳이 흔치 않았을 테니 얼마나 신이 났을까.^^아! 우리집에서 30분 거리에도 넓은 잔디밭이 있다. 다음엔 그곳으로!

 

 

아침고요수목원의 꽃밭들. 사진보다 훨씬 이쁜 꽃들이었는데 사진을 영 못 찍었다. 

하긴 사진이 꽃보다 이쁠 순 없겠지. 고로 내가 사진을 못 찍은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언제면 같이 멋지게 포즈를 취할라나. 사진엔 관심 없다. 저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산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듯. ㅋㅋㅋ

 

 

넓고 이쁜 마루가 있는 한옥이 한 채 있더라. 이런 마루 있으면 참 좋겠다.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비 내리는 구경도 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졸리움을 태우면 누워 낮잠도 자게 말이다.


아들은 마루에 오르자마자 양말부터 벗더니 이방저방 돌아다닌다. 아들아 아빠는 이보단 작지만 잘 다독여진 마루 위에서 많이도 뛰놀았었다.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마루였지. 마루를 오다가 창호지 발라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말려진 곡식들과 벽에 거꾸로 매달려진 맨드라미 꽃이 있었어. 그 밑에는 신문지와 그 위에 떨어진 꽃씨가 있었고. 해가 따듯한 때 외가에 다다르면 맨드라미 꽃을 제일 먼저 볼 수 있었지. 언젠가 우리집에 마당이란 것이 생긴다면 맨드라미 씨를 뿌리겠어. 우리 아들이 집에 돌아올 때 볼 수 있게.

 

 

그나저나 아들은 문 열려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드나 보다. 돌아다니며 열린 문들을 모두 닫고 있다.
저녁 시간쯤 수목원을 나왔다. 늦게 출발했기에 어린 아들에겐 알맞은 소풍시간이었다. 저녁은 수목원 근처 닭갈비집에서 먹었다. 홀에서 일하는 이들이 모두 고등학생들로 보였다. 모두 고만고만한 나이어서 장난도 치면서 웃음 섞인 대화들이 오간다.

모두가 이쁘고 좋아 보인다.

난 저맘때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었나 생각해보니 자전거 사겠다고 옷 공장에 일했던 기억이 전부다. 여름에 털옷을 포장하는 일이었다. (자전거는 아르바이트비로 샀으나 몇 달 후 도둑맞았다.ㅜㅜ)

 

우리 가족은 갑자기 나가서 잘 뛰놀고 잘 보고 잘 먹고 잘 돌아와서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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