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2014.02.14 02:42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지나치는 학교가 있다. 언젠가부터 이 학교의 정문을 지나칠 때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운동장 너머로 향한다. 이유는 학교 건물 출입구에 걸려있는 문구 때문이다.

내용은 ‘최후에 웃는자가 최후의 승리자다’ 난 문구가 전투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학교 주변에서 보이는 어여쁜 학생들에겐 ‘전투적’이라거나 ‘최후’ 또는 ‘승리자’와 같은 딱딱하고 삭막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문구를 확인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다른 문구로 바꾸면 좋을 텐데, 지금도 있을까?’란 생각 때문인 거 같다. 전투는 불편하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겐 더더욱.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곳의 학생에게 물어보고 싶다. ‘저 문구를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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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선과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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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한의 카피들이 떠오르네요.
    일제와 군부독재를 거쳐서인지 아직 학교 같은 곳에서는 군국주의의 잔재가 남아있는 듯 싶습니다.
    전쟁이나 군대에서 쓰이는 말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2014.02.15 17: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글을 쓰면서 일제, 군부독재와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말씀 들으니 그런 거 같습니다. 그래서 문구가 자꾸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마음에 걸리는 문구로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2014.02.15 23:56 신고 [ ADDR : EDIT/ DEL ]
  2. 우리 초중고교의 구조가 병영을 그대로 본뜬 것임을 알아차리는 데는 특별한 연구나 성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교문 옆에 붙어 있는 수위실은 위병소이며, 운동장은 연병장이고 운동장 중앙 전면에 자리잡은 구령대는 사열대다. 우리네 학교는 민주적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기존 권위와 질서에 스스로 복속하는 의식을 형성하기에 적합한 공간인 것이다. 한국의 주류 교육계는 학교 구조가 안고 있는 이러한 근본적 문제점에 대해 모르거나 알아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 자신이 그러한 권위구조의 수혜자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국가 권력과 권위에 충성스런 마름 노릇을 잘해야 될 수 있는 교장은 권위구조가 강고하게 유지될수록 단위 학교에서 봉건영주처럼 군림할 수 있다.

    예전에 봤던 홍세화씨의 칼럼이 생각나서 댓글로 붙여요 ^^ 좋은생각 많이 하게 만드시네요! ㅋ

    2014.02.21 00: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어미새

    학교에 걸려 있는 문구, 섬뜩한 느낌이에요.
    우리들 학창시절의 집체훈련과 교련 군사교육보다 더한 느낌.
    그때 우리가 다녔던 학교가 가상의 적을 한반도 북쪽에 설정했었다면,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 적을 옆자리 친구에게로 돌려놓은 느낌이랄까...
    후우...
    좀더 살았다는 어른들이... 하는 짓이... 참 못됐습니다.

    시선과느낌 님, 네이버 블로그에 시선과느낌 홈피를 링크 걸어주세요.
    포스트 하나 만들어서.
    그래야 들어오기 쉬울 것 같아서요. ^^

    2014.04.13 19: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고등학생 때 교련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수업을 들었었는데,
      지금 보니 올바르지 못한 교육이었더군요.
      배움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겐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요? 약도로 삼으시려나 봅니다.
      알겠습니다. 만들어 놓겠습니다. 어미새님이 찾아오시기 편하게요.^^

      2014.04.14 00:5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