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처음 맞는 겨울에 적응하기 위해 가끔 감기에 걸리곤 합니다. 다행히 추운 겨울 공기에 적응을 잘하고 있습니다. 절 기쁘게 만드는 웃음은 계절과 상관없이 여전합니다.
장인어른 칠순 생신으로 처가에 왔습니다.
모든 형제가 모일 텐데 우리 식구는 시골의 한가한 시간을 가지려고 며칠 일찍 도착했습니다.
처가는 강원도 시골인데, 집 밖을 나가면 저 멀리 보이는 대관령과, 대관령과 저 사이에 펼쳐진 막힘 없는 공간이 좋습니다. 이런 곳에 일주일 정도 있다가 서울로 돌아오면 공간 없는 답답함이 아쉬움을 생겨나게 합니다.
때는 벼가 들어가고 보리가 나오는 시기였습니다. 보리가 올라오는 것은 처음 보는데 듬성듬성 자란 잔디 같습니다. 열을 지어 자란 벼와 비교해 자유롭게 자라는 보리는 어쩐지 키우기 쉽게 느껴집니다.
처가 형제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처가를 아이들이 접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컨트롤하려 하지만 뜻과 같지 않습니다. 울고, 웃고, 넘어지고, 부딪치고, 떼 쓰고, 싸우고... 소란스럽고 정신 없어짐이 가속화 되어갑니다.
아들과 처제의 아들 소명이가 뭔가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형제가 없는 아들은, 형 누나가 있는 소명이와는 달리 교류에 익숙하지 않아 보입니다. 상대방을 대할 때 머뭇거림이 보입니다. 물건에 대한 호기심은 많으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아직 없나 봅니다. 아니,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모르는 거 같습니다. 경험이 적으니 모를 수밖에요. 그나저나 귀여운 녀석들 둘이 모이니 더욱 귀여워 보입니다.
“현대의 도시인들은 점점 더 수동적이고 집단적인 여흥, 즉 다른 사람들의 능란한 활동을 피동적으로 구경하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란 책의 한 구절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놀 줄을 모릅니다. 가장 즐기는 것이 TV나 게임인 것 같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생각과 행동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대상은 같은 어린이들일 테니까요.
조카들이 모래를 만지며 즐겁게 놉니다. 서울에선 흙 찾기도 어려운데 이곳에선 사방이 흙이며 풀이며 놀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자라기엔 시골이 최고인데 말입니다. 저 클 때만 해도 서울은 놀 수 있는 야트막한 산과 마당이 많았고, 여름이면 저수지가 만들어져 수영도 했었는데, 이젠 이런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곳이 돼버렸습니다. 서울에서 야트막한 산은 힘들겠지만, 마당이라도 아이들에게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구슬치기, 망까기, 땅따먹기(제가 좋아하던 놀이었습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딱지치기하는 모습들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사진을 촬영하려 스튜디오에 들렀습니다.
부모들은 기대하지 못했던 스튜디오의 예쁜 소품과 무대들을 이용해 아이들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이곳에 앉혀보고 저곳에 세워보고 찰칵찰칵. 집사람은 책상에 앉히는 것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아이가 공부 잘하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희망 같아 보입니다. 아이가 뭘 잘하든 못하든 즐겁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인어른과 손녀 중 애교가 가장 많은 ‘다나’가 케익 촛불을 끕니다. “호~” 하기 위해 모인 두사람의 입술이 보기 좋습니다.
연세가 칠순이신데 아직 농사도 지으시며 큰 병 없이 건강하십니다. 자식들에게 큰 복인 거죠.
처가 형제 중 막내인 처남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었습니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제 며느리 될 아이입니다.”라고 큰 목소리로 소개하시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직 며느리는 없으신지라 무척 예쁘셨나 봅니다. 하나뿐인 아들 빨리 결혼시켜 친손주 보고 싶으신가 봅니다.
장인어른의 건강을 빌며, 제 삶의 후반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도와 청소기를 돌리는 아들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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