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투명한 비커(Beaker)와 같습니다. 사람들은 날 부를 때 비커가 아닌, 담겨 있는 것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내 몸은 색상 없이 투명합니다. 무엇을 담으면 담긴 것의 색상이 내가 됩니다.
내 몸은 선호하는 색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선호하는 색상을 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색한 색상 조합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내 투명한 몸엔 흰색 눈금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얼마만큼 담겨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눈금은 머리끝까지 표시되어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듯합니다.
내 몸은 매일매일 담고 버리고를 반복합니다. 멋있는 조합을 만들고 싶어, 찾고 고르고 하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멋진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도 찾다 보면 멋진 것이 찾아지겠죠.
언젠가 멋진 것을 내 몸 가득 담고 싶습니다. 그때는 눈금 너머까지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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