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나의 한가한 시간이 만나게 된 어느 날이었다. 아들 방에서 자잘하고 딱딱한 것들의 뒤섞임 소리가 난다. 소리의 모양새는 서리태에서 쭉정이나 못난 것들을 골라내는 듯하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아들 방으로 향하니, 아들 침대 위엔 온통 레고들이다. 그 위에서 아들은 손으로 레고들을 이리 치우고 저리 치우며 뭔가를 찾고 있다. 수많은 레고 중 원하는 것은 몇 개 없는지라 저도 힘든지 도와달란다. 아이가 한가한 시간에 도움을 청하니 싫다고는 할 수 없다.
내 손은 아들 손에 비해 합리적으로 찾음을 시전하지만, 수많은 레고 앞에선 합리적이고 뭐고 눈만 빠질 뿐이다. 많은 손놀림 끝에 우리는 원하는 것을 찾았지만, 이 상태로는 아들의 요구는 계속될 거라 예상된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집사람과 아들을 데리고 산책 겸 다이소로 향한다.
다이소에서 필요한 건 수납 박스.
처음엔 큰 거 2개, 작은 거 2개를 샀는데, 이걸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했다. 예견된 인고의 시간을 모른 채라도 하려는 듯 내 손에 들린 수납 박스는 달랑 4개뿐.
레고가 모양새별로 수납 박스의 칸들을 차지하는 시간은 잠깐이었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난 여러 날 동안 소심하게 풀어나갔다. ‘이러다 보면 언젠간 해결되겠지’ 하며... ‘뭐 급하다고’하며...
여러날동안 수납 박스의 개수는 몇 배가 되었고, 모양별로 분리된 레고들을 보며 스스로가 만족한 날에 문제는 해결됐다. 레고 분리 중 쉬려고 일어서는 내 허리, 골반, 무릎에선 곡소리가 절로 나왔었지만, 스스로가 만족했으니 그걸로 됐다.
아들이 레고를 가지고 놀 때면, 난 다가가 “아빠가 레고 분리해줘서 만들기 편해졌지?”란 말로 ‘감사함’을 ‘유치하다는 듯한 웃음’과 함께 받아낸다.
다음은 아들이 만든 레고들이다. 유튜브를 보며 만든 것도 있고, 창작한 것도 있단다. 가나다순이다.
- 발굴과 고증 : 아들
- 검수와 협찬 : 엄마
- 촬영과 편집 : 아빠
매머드
- 시기 : 플라이스토세
- 특징 : 털이 있는 매머드도 있고 털이 없는 매머드도 있음
매머드 2세
벨로키랍토르
- 시기 : 백악기 후기
- 분포지역 : 아시아(몽골)
- 특징 : 낫처럼 생긴 갈고리발톱이 있음
안킬로사우루스
- 시기 : 백악기 후기
- 분포지역 : 북아메리카
- 특징 : 등에는 갑옷처럼 튼튼한 골편이 있고 꼬리에는 곤봉이 있음
안킬로사우루스 2세
이구아노돈
- 시기 : 백악기 전기
- 분포지역 : 북아메리카(미국), 아프리카(튀니지)
- 특징 : 앞다리에 뾰족한 엄지발톱이 있음
케찰코아틀루스
- 시기 : 백악기 후기
- 분포지역 : 북아메리카
- 특징 : 익룡들 중에서 가장 큰 익룡임
트리케라톱스
- 시기 : 백악기 후기
- 분포지역 : 북아메리카(캐나다, 미국)
- 특징 : 뿔이 3개나 있는 초식공룡임
트리케라톱스 2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 시기 : 백악기 후기
- 분포지역 : 북아메리카(캐나다, 미국)
- 특징 : 앞다리가 짧지만 20cm 나 되는 이빨과 뼈까지 부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턱이 있음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2세
프로토케라톱스
- 시기 : 백악기 후기
- 분포지역 : 아시아(몽골)
- 특징 : 다른 뿔공룡과는 다르게 뿔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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