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하고 들어가는 늦은 밤. 한 잔 더 생각나 편의점을 들렀다. 안주와 소주 한 병을 사고 계산하려는데 아들에게 사주던 젤리가 보인다. 이 1미터 젤리는 특이한 모양에 재미 삼아 샀었는데, 아들이 좋아하더라. 젤리 하나를 집어들다 하나를 더 잡아들었다. 계산하고 집에 들어서는 내 기분은 1미터만큼 더 좋다.
매주 목요일이면 아들은 린준이라는 친구를 만난다. 아들이 친구 집으로 가던가 친구가 우리 집으로 오던가, 만나는 목적은 항상 게임이다. 부모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게임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요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할 수 있는 몇 없는 값진 관계이다.
결혼 전까지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며, 많은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장례식장에서나 보는 듯. 친구들에게 예전과 같은 감정은 남아있지 않다. 나이 들며 다져진 서로의 철학, 사상 등이 시간의 기간을 메꾸지 못하고 섞이지 못하며, 만남은 달갑지 않고 편치 않다. ‘만나서 뭐 하나?’란 내 생각에 씁쓸하다.
어느 매체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친구란 존재의 중요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낮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친구 중요도가 3, 4위라면 우리나라는 10위 정도랄까. ‘나와 같은 감정을 많이들 가지고 있구나’ 생각되며 또 씁쓸해진다. 왜 이렇게 된건지...
다음주 목요일이면 아들은 친구를 만나며, “우리 아빠가 너 주래!” 하며 1미터 젤리를 건넬 거다. 젤리 덕에 친구가 우리 아들을 생각하는 감정이 높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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