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시간, 단골슈퍼에서 구입한 정종, 파와 청양고추가 도마위에서 대기 중입니다. 예전 ‘심야식당’이란 일본드라마에서 봤던 조개술국을 집사람이 만들어 준답니다.
저렴하단 이유로 구입하게 된 ‘동죽’입니다. 이 녀석이 오늘 안주의 주재료입니다. 간단히 물에 삶아 먹으려 했는데, 조개술국을 해주겠다니... 어떤 이유에선지 제게 뭔가 해주고푼 마음이 집사람에게 생겼나 봅니다.
<이 글은 레시피가 아니니 따라하진 마시길.^^ 레시피는 저 아래에 소개하겠습니다.>버터와 다진 마늘을 넣고, 해감한 ‘동죽’을 넣습니다. 살살 ‘동죽’을 다루다가 술을 붓습니다.
이제 뚜껑을 덮어 ‘동죽’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뚜껑을 뿌옇게 만드는 김이 ‘동죽’의 맛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눈앞을 흐리게 하는 이러한 이미지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상과 궁금증 뒤에 오는 기대 심리를 유발시키는 거 같습니다.
익히는 중간, 칼칼한 맛을 더하기 위해 청양고추를 넣습니다. 맵고 강한 맛을 즐기는 편은 아니나 손을 내저을 정도는 아니기에 아무런 요청 없이 전 보고만 있습니다.
완성된 조개술국과 남은 정종을 상에 놓고 영화가 나오는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시선은 영화만을 향해 있는데 대화는 영화 외의 것들로 가득합니다. 지인에게 재미있다 들었던 미드였는데, 집사람과 저의 취향은 아닙니다.
조개술국은 짰습니다. 해감 할 때 소금을 많이 넣어서 그런가 봅니다. 짠맛이 국물을 아쉽게 만들었지만 조개의 통통함과 쫄깃한 식감은 훌륭했습니다. 간혹 결과물의 맛을 혀의 감각은 부정하나, 결과물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와 과정, 맛을 즐기는 방법과 분위기가 혀의 감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 같습니다.
조개술국 레시피 보러가기 ☞ http://www.banggae.com/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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