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하기를 “그 때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는 해에는...”이라고들 합니다. 아들이 ‘첫 추석’을 맞았습니다.
오늘의 얘기는 즐거웠던 추석 이야기입니다.
추석 몇일 전날, 밤에 갑자기 아들에게 열이 나서 고생했었습니다. 다음날 병원에 가니 목에 염증이 생겨 그렇다는군요. 몇일간 약만 먹으면 문제 없을거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안심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때가 아들이 처음 아팠던 날인데, 그 작은 몸이 아픔에 힘들어하니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큰 병이 아니여서 제 마음이 그정도 였지, ‘많이 아픈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다행이도 아들은 병원 다녀온 후로 추석 연휴 내내 컨디션 좋았습니다. 잘 먹고, 응가도 잘 하고, 잘 자고, 잘 웃고...
작은 아버지 집에 내려갔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우리 아들을 처음 보시게 된 작은 아버지십니다. 다행히 심하게 낯을 가지리 않고 누구든 손을 내밀면 반기는 아들입니다. 이날은 이쁨을 많이 받으려고 그랬는지, 유난히 돌이돌이를 잘하고 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수다(?)도 많이했습니다. 이 때를 시작으로 아들의 수다가 늘고 있습니다.
예전 어릴적 우리가 삼촌이라 부르시던 분이 이젠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어느덧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됐습니다. 그동안 집안에 새생명이 없었는데 아들이 태어나면서 그 빈 시간을 채우게 됐습니다. 아들이 태어나 가족의 흔적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집사람이 작은집에 도착하기 전에 그러더군요. “아마 아들이 작은 집에 도착하면 방바닥을 기어다닐 시간이 없을거야.” 실제로 아들은 작은 집에서 연신 안기고 업히고 하느라 바닥을 돌아다닐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들을 봐줄 분들이 많아서 집사람은 무척 편했다는군요.
처가인 강릉에 도착했습니다. 작은집(온양)에서 처가집(강릉)까지 6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늦게 도착해 저녁을 먹고 집 밖으로 나왔는데 추석하늘이 무척 아름다워 집에 들어가 사진기를 가지고 나왔더니 그새 저 멀리 가버렸습니다. 여름 하늘은 한가한 느낌이었는데 가을 하늘은 분주해 보입니다.
하늘 아래로 추수할 벼들이 보입니다. 다음날 장인어른을 도와 추수를 했습니다. 기계들이 많은 일을 담당하긴 하지만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더군요. 벼를 베는 기계차가 돌아다닐 길을 만드느라 변두리의 벼들을 베었는데, 군대 시절 대민지원 나갔던게 생각났습니다. ‘벼 베고, 막걸리 마시고, 벼 베고, 국수 먹고, 벼 베고, 막걸리 마시고, 벼...’ 참 오랜만입니다. 벼 베는 일이... 벼 베는 일은 생소한 것에서 오는 즐거움과 적당량의 노동으로 기분 좋은 뻐근함이 뒤따랐습니다. 벼를 벤 다음날 공장같은 곳에서 쌀을 말리고 도정을 한 후 쌀포대에 담아 집으로 옮겼습니다. 수십포대(한포대가 40kg)를 옮기고 나니 팔이 몇일째 무겁습니다. 서울 생활하면서 참 노동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장인어른 덕에 적당량의 노동을 하게 됐습니다.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노동의 상으로 장인어른께서 쌀 한포대를 주셨습니다.
집사람의 형제들과 장모님 묘에 들렀다, 두부 요리집으로 향했는데, 두부집 건너편이 웬지 마음에 들어 가 봤습니다. 이쁜 시골길 입니다.
큰 소나무가 보이고 옆에 오래된 고택이 보입니다.
고택과 잔디로 된 마당, 야트막한 산에 모인 소나무들이 잘 어울립니다. 파란 하늘도요. 고택 마루에 있는 빨래행거가 사진을 더욱 현실적이고 사실적이게 만듭니다.
바위들이 조경에 한 목을 하고 있습니다. 집 주변의 조경이 참 이쁘죠? 더 가까이 집을 보고 싶었지만, 실례가 될것 같아 더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이 조그만 마을은 소나무들이 울타리마냥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멀리서 제 마음에 들게한 것이 이 소나무들이었나 봅니다.
소개합니다. 제 블로그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거 같군요. 예쁘죠? 큰 처제의 딸 나윤이 입니다. 새침하게만 굴지 말고 이모부랑 잘 놀아주면 진즉에 제 블로그에 올라있을 이쁜 녀석인데.^^ 울 조카 너무 튕기는 거 아니냐?
우연히 발견한 소꼽놀이 세트를 나윤이에게 선물했습니다. 깨끗이 씻어 말린 후 쥬스를 담아 마시며 놉니다. 어쩜 이렇게 여자아이들은 그릇과 인형을 좋아하는지... 세상엔 이미 정해진 것들도 많아 보입니다. 여하튼 선물한 보람이 있게 잘 가지고 노니 즐겁습니다.
처가집엔 작은 밤 나무와 매실나무가 있습니다. 매실은 수확한지 이미 오래고 이번엔 밤을 수확했습니다. 집사람이 처형과 같이 중무장을 하고 나가길래 뭔가 했더니 작대기로 밤을 따고 있습니다. 작은 나무인데 밤이 참 실하게 열렸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되면 심고 싶은 나무가 매실나무, 감나무인데 밤나무도 추가 해야겠습니다.
벼를 추수한 후 제집을 잃어버린 듯한 청개구리가 지푸라기 사이로 보입니다. 오랜만에 본 청개구리라 새롭습니다.
처가집에 가면 언제나 바다를 들립니다. ‘바다’하면 그냥 좋아지자나요. 멋지고요. 이번엔 차를 좀 몰아 정동진을 갔습니다. 정동진은 항상 추운 연말에만 가서 그런지 색달랐습니다. 정동진에 처음 가본것이 20대 초반이었을것 같은데, 결혼하고 이번까지 두번을 더 온거 같네요. 바다란 아름답고 좋은 곳이란 것을 아들이 알때, 셋이서 썬글라스 쓰고 멋지게 사진 찍으러 와볼 생각입니다.
남자 아이들은 트럭이나 포크레인 같은 장난감을 좋아합니다. 흙과 함께 놀수 있는 장난감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장인어른께는 경운기와 트랙터 같은 장비가 있습니다. 몇년 있으면 아들은 “할아버지~ 트랙터 태워주세요~~~^0^” 할지 모릅니다. 장인어른과 아들이 함께 트랙터에 앉아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습니다. 그때 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장인어른. 아! 쌀 잘 먹고 있습니다 장인어른. 밥알에 찰기가 좌르르 도는 것이 무척 맛있습니다.
장인께서 11월에 칠순을 맞으십니다. 강릉 바다를 또 보고 싶은데 이유가 생겨 즐겁게 내려가겠습니다.
다시한번 장인어른의 건강을 바라며, 아들이 ‘어른이면 누구나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이나 대단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이란 것을 마음의 바탕에 둘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우리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만큼 만족스러운 존재란 없습니다.(육아일기 44주) (2) | 2012.12.21 |
---|---|
처가집으로(육아일기 41주) (0) | 2012.12.09 |
모든 것이 놀이다.(육아일기 38주) (0) | 2012.11.15 |
내 아이의 성장앨범(육아일기) (6) | 2012.10.31 |
인생의 모든 날은 새로운 탐험이다 (육아일기 33주) (0) | 2012.10.12 |
강릉의 여름휴가(육아일기 27주) (2) | 2012.08.24 |
이유식 먹다(육아일기 25주) (0) | 2012.08.21 |
엄마를 닮아간다(육아일기 24주) (2) | 2012.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