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후 집으로 들어서려는데, 주차장 저 끝에서 대화 중인 한 무리 사람들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4명 정도의 중고등학생들이다.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거기서 뭐 하니?” 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담배 연기가 느껴지며 난 얼굴을 찌푸린다. 한 두 명의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다가가니 학생들이 담배를 감춘다.
준비하고 있던 것 마냥, 그들에 대한 거부감이 이내 나를 감싼다. “다른 곳으로 가”라며 난 손짓한다. ‘훠이~’ 하며 논에 있는 귀찮은 새를 쫓듯이...
학생들이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고는 내게서 멀어진다. 멀어져가는 그들의 등을 확인하고 나는 집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왠지 집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시원치 않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안 좋다. ‘그런 식으로 쫓아내는 게 아니었는데...’ 싶다.
학생과 담배란 것이 머릿속에서 연결되는 순간 ‘잘못된’ 것으로 그들을 평가했다. 그리고 공간을 공유하기 싫다고 선을 그어버렸다. 그들은 대화 할 공간이 필요했을 뿐인데...
그들의 공간을 빼앗은 내 손짓은, 담배를 든 그들의 손보다 더 잘못됐다.
더운데 담배 말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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