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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앨범

마무리와 시작은 ‘느긋함’과 ‘맛있음’으로

by 시선과느낌 2023. 1. 2.

 

역시 마무리와 시작의 시간은 느긋한 것이 맞다. 느긋한 여유로움에 맛난 것을 놓고 거기서 오는 흥을 증폭시켜주는 술 한잔. 

 

 

전날 장 봐온 연어와 가리비를 청주와 소금으로 정리해준다. 2022년은 이 두 가지 음식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정리된 것을 찌고 썰어 먹기 좋게 식탁에 둔다.
연어의 맛은 머리가 기억하고 있어 궁금하지 않지만, 가리비의 맛은 궁금하다. 집사람 생일 때 먹었던 토마토 스튜의 가리비를 아들이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라 준비된 것인데, 참 달고 맛나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음식 목록에 추가 기록된다.

 

 

아들이 자기는 연어회를 못 먹는다면서 기억에 있던 연어스테이크를 몇 번이고 얘기했었다. 횟감용 연어로 조리된 연어스테이크는 맛은 연어이나 모양은 스테이크가 아니다.

 

 

주연이 빛나려면 그에 못지않은 조연도 필요하다. 주연보다 조연의 수가 적으면 전후가 바뀔 수 있으니 조연의 수는 많은 것이 좋다. 준비한 조연은 양파, 씻은 묵은지, 케이퍼, 초장, 레몬, 와사비 간장으로 어느 하나 넘치고 부족함 없는 맛이다.

 

 

전날 치즈를 올려서 먹으면 좋겠기에 남겨둔 가리비. 약간의 매콤함으로 청양고추를 조금 얹었다. 오븐에서 꺼내진 가리비구이는 달고 바삭하고 매콤함 살짝이다. 이 맛도 성공하여 목록에 기록해둔다.

 

 

느긋이 일어나 아점으로 떡만둣국을 먹고 저녁으론 전날 음식 재료로 쓰였던 청주와 오코노미야키, 가리비구이로 2023년의 시작을 축하한다.

2023년의 시작과 같이 한해가 달고 바삭하고 약간만 매콤하길. 내가 아는 모두가 그러길 바란다.


PS.
2년 전 퇴사한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부하직원에게서 새해 인사차 연락이 왔다. 직장을 옮기고 첫 직장 사수였던 내가 생각났다면서...시간의 텀 넘어 내가 생각났다니 참 고마운 마음이다. 올해 들어 받은 가장 기쁜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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