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정들이 끝나고 귀찮은 몸을 움직여 헬스클럽에 간다. 이번 운동 부위는 하체와 어깨. 집에서 멀지만 넓은 헬스장을 찾아 옮긴 지 2주가 넘었나 보다. 이제 기구와 환경에 적응도 되고 흐릿했던 열의도 돌아오는 듯.
헬스장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빠르다. 느린 적이 없다. 어느새 운동시간이 1시간을 넘고 ‘이것만, 이것만’ 하며 10분, 20분을 또 넘긴다. 워밍업용 런닝, 웨이트, 스트레칭, 샤워를 다 하고 나면 2시간을 훌쩍 넘기는데, 저녁 시간에 늦어 집사람한테 잔소리 듣지 않으려면 마무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집에 도착하니 커튼에 이미 크리스마스 풍선이 걸려있다. 아들이 조금 도와줬다고는 하는데, 풍선 불고 다느라 애 좀 썼겠다. 늦지 않아 다행이다.
올해 새로 장만한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
집사람이 고른 작은 것이, 귀엽고 보관에 부담 없는 게 잘한 선택이다.
구매처는 이케아로 제법 퀄리티가 괜찮다. 트리에 오너먼트를 달 땐 작은 트리에 온 가족이 붙게 되는데 꾸미는 재미가 있다. 큰 트리가 있었을 땐 꾸미는 것도 일이었지만 작으니 손쉽고 일 같지 않아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오늘 저녁 시간의 분위기와 배 속을 즐겁게 채워줄 주인공들(뿔소라 에스카르고, 소시지 로제 스튜, 톳 간장소스 파스타)이다. 집사람이 지름길을 찾고 많은 이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구매에 성공해 모셔 온 녀석들이다. 이전에 한번 봤던 얼굴도 있는데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지라 재회가 무척 반갑다.
에너지를 들여 일 년에 몇 번 없을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집사람과 아들과 함께하는 기록을 ‘행복하다.’라고 남긴다.
현재의 고난을 이겨내는 힘은 과거 행복했던 시간에서 온다고 한다. 이런 걸 아는지 집사람은 내게 특별한 시간이나 공간을 자주 제시해준다. 그런 특별함을 잘 모르는 나로선 참 감사한 일이다.
이제 올해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의 마지막은 어떤 방식으로 좋은 기억을 남길지 ‘지름길을 알고 손놀림이 빠른’ 집사람과 얘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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