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따듯했던 어느 날, 하늘 공원에 억새풀을 보러 갔었다. 도착 시각이 좀 늦은 터라 볼 곳이 아직 한참인데 노을이 들기 시작한다. 노을빛은 멋지고 보기 좋으나 어두워지는 것이 아쉽다. 노을을 보며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난간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뭔가 있나 싶어 다가가니 의외의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위 사진들은 한 위치에서 왼쪽, 정면, 오른쪽을 촬영한 것이다. 한 위치에서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이만큼의 한강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아 보인다.
집으로 가기 위해 하늘공원을 내려가고 있다. 계단 길은 전에 가봐서 도로 길로 이동 중이다. 길 주변의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줘서 그러는지 정상보다 이곳이 한결 덜 춥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도 되겠다.
그런데 이곳 길엔 빛이라곤 달빛뿐이다. 어떠한 조명시설도 없다. 하나뿐인 빛은 하늘과 지상의 윤곽을 또렷하게 구분 짓는다. 그래서 눈앞은 단순하고, 어둡기는 하나 어둡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조명 없는 길을 걷는 게 참 오랜만인듯싶다. 기분 좋다.
반응형
'시간앨범' 카테고리의 다른 글
“ㅇㅇ”(좋아. 알았어. 응.) (0) | 2013.11.15 |
---|---|
만년필 (0) | 2013.11.12 |
가래떡 (0) | 2013.11.09 |
브런치 감자 (4) | 2013.11.02 |
신발 (6) | 2013.10.12 |
즉흥적 나들이 (2) | 2013.09.01 |
먼지싸인 시간 (2) | 2013.06.08 |
브런치 감자와 봄베이 사파이어 (Bombay Sapphire) (0) | 2013.04.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