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때가 되면 만드는 음식이 있다. 6월이면 매실청, 매실주. 가을엔 가래떡. 겨울엔 김치만두.
매실청, 매실주, 김치만두 만들기는 아이가 생기면서 한두 해 거른 거 같지만, 가래떡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지라 매년 하고 있다.
가을이면 장인어른께서 직접 지으신 쌀을 보내주신다. 쌀 소비가 많지 않은 우리 집은 그 쌀이 항상 남았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가래떡을 입 하나 늘었다고 쌀이 모자라게 된 올해도 하게 됐다. 추운 겨울 냉동실에 먹기 좋게 잘라 놓은 가래떡이 없으면 서운하고 아쉽다.
올해 가래떡에 쓰일 쌀은 한 말(8kg)이다. 매해 맡기는 떡집에 가져가니 이틀 후에 된다고 한다. 인건비는 2만원.
가래떡을 찾아왔다. 이 상자가 쌀 한 말로 만든 떡이 들어가는 상자다. (42×28×16cm)
상자를 열어보니 가래떡이 그득히 담겨있다. 작년엔 한 말 넘게 했었나 보다. 떡집에서 2상자를 가져왔던 기억이다. 상자를 열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웃에게 나눠줄 떡을 봉지에 담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보다 양이 적은 떡을 보니 겨울 중간에 동나버릴까봐 나눠주기 아까워진다.ㅋ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떡의 양을 확인하다 “나눠줘도 많겠네~”하며 날 달래듯이 봉지에 떡을 나눠 담는다. 윗집은 식구가 많으니 ‘이~만큼’, 옆집과 아래 세탁소는 ‘요만큼’.
떡을 받아드는 이웃들의 표정은 어느 집이나 밝다.
떡을 모두 나눠주고 노트에 이것저것 긁적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나가보니 옆집 할머니께서 아이 주라며 요구르트 한 봉지를 건네주신다. ‘내가 다 먹겠다 하지않고 나누기를 잘했다.’ 싶다.
외출에서 돌아온 집사람과 떡을 보관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 왼손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오른손에는 참기름이 말라진 가위를 든다.
- 가래떡의 일부를 10cm 길이로 잘라 6개씩 봉지에 담는다. 이렇게 담은 한봉지가 1인분인데, 이렇게 분리를 해두지 않으면 냉동되면서 떡들이 붙어 먹기가 힘들다. 구워먹을 생각으로 자른 이 크기의 것이 가장 많다.
- 또 일부는 3cm 길이로 잘라 둘이서 먹을 정도의 양을 봉지에 담는다. 이것은 떡볶이를 해먹을 것이다.
- 두가지 길이로 자른 가래떡은 바로 냉동실로 들어간다.
며칠 동안 먹을 떡과 떡국떡으로 쓸 것은 냉장실로 들어간다. 떡국떡으로 쓸 것은 곧게 펴서 넣는데 말릴 곳이 마땅치 않아 냉장실에서 굳힐 것이다. 떡이 굳게 되면 내가 자를 것이고 손가락이 칼등의 압박에 좀 아플 예정이다. (하지만 내가 바쁜 관계로 집사람의 손가락이 아팠다.^^;)
작년 겨울 사진이다.
뜨끈한 것이 좋아지는 겨울밤이면 팬을 달구고 기름을 두르고 냉동실의 가래떡을 노릇하게 구울거다. 그리고 집사람은 조청을 난 고추장을 찍어 먹을 거다. 고추장을 찍어 먹어도 맛나다. 가끔 따뜻하게 데운 정종도 함께하면 좋겠다.
이번 겨울엔 김치만두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김장 김치가 가장 문제다. 이번 겨울엔 집사람이랑 김치 조금만 만들어 볼까? 아들이 좀 더 크면 그 녀석 입에 굴이 들어간 배추속을 저린 배추에 싸서 넣어주고 싶다. 잘 받아 먹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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