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바쁜 일정 끝나면 놀러 가잔다. 또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저렴한 여행상품을 봤나 보다.
어린 아들이 있는지라 자유로이 여행 다니기가 여의치 않다. 마지막 외국 여행지였던 세부 리조트에서의 한가로움이 그립다. 뭐 지금은 그런 시간이 생겨도 아이 보느라 바쁘겠지만.
여행지에 대한 계획은 주로 집사람이 짜는 편이다. (난 잘 모른다.^^;) 이번에도 “그래? 그러자. 한번 알아봐.”라고만 하곤 집사람이 모든 걸 준비했다. 아! 이번엔 나도 조금은 알아봤다. (집사람이 시켜서)
이번 여행지는 ‘알펜시아’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다. 일정은 2박 3일.
일정의 첫날은 서울집에서 출발해 알펜시아 근처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장을 본 후 알펜시아 숙소 짐 풀고 쉬기.
둘째 날은 알펜시아 내에 있는 ‘오션 700’에서 물놀이하고 저녁에 인근 맛집에 가기.
셋째 날은 체크 아웃 후 알펜시아 구경하고 이효석 생가 구경하고, 근처 메밀 음식 먹고, 양떼 목장 구경이다.
- 알펜시아 근처 (근처라지만 차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거리다.)에 있는 ‘진태원’이라는 중국음식점이다. 이곳은 탕수육이 특이하기로 소문나 있단다.
- 식당에 들어서기 전 볼 수 있는 안내 글이다. 잘 나가는 대부분의 맛집이 그러듯이 이 집에서도 “예기치 않게 일찍 문을 닫을 수 있다.”라는 내용의 글을 볼수 있다. 예약도 받지 않는다.
‘진태원’의 실내다. 전문가의 손길보다 생활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소박한 모습이다.
‘진태원’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정도여서 기다림 없이 식당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붐비는 시간엔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단다.
메뉴판. 저 메뉴 중 우리는 탕수육(小), 볶음밥을 주문했다.
아들은 낯선 곳이 싫은지 기분이 별로다. 평소 많이 먹지 않는 아들은 맛집만 오면 식욕이 더욱 떨어지나 보다. 이 곳에서도 나오는 음식은 입도 안되고 빵과 바나나만 먹었다. 밥 먹일 때는 항상 스트레스다. 어찌나 안 먹는지... 밥 잘 먹게 한다는 한약도 먹여보고 했는데 소용없다. 혹 좋은 방법 아시는 분께서는 글 남겨주시면 무척 감사하겠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
탕수육을 주문하면 기본으로 나오는 군만두. 뜨끈뜨끈한 게 맛났다. 하지만 탕수육의 양이 둘이 먹기에 많을 거란 집사람의 말에 (내가 먹는 양을 생각해서) 다 먹지는 않았다. 대신 옆 테이블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가 부모에게 만두 더 먹고 싶다고 하는 걸 듣곤 그 학생에게 줬다.
탕수육이 나왔다. 작은 것을 주문했는데도 양이 꽤 많다. 다 먹을 수 있을는지...
탕수육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풍성하게 올려진 부추와 배추속이다. 아들 주려고 주문한 볶음밥은 사진을 못 찍었다. 특별할 거 없는 볶음밥이었는데, 아들 주기 전에 맛을 본 집사람은 무척 맛있다고 했다. 볶음밥에 같이 나온 짬봉 국물도 자극적이지 않고 맛이 편했다.
‘진태원’에 가면 탕수육은 꼭 드셔보시길.
주소는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325-18번지’이다. 복잡한 곳에 있지 않으니 찾기 쉬울 것이다.
맛있기도 하고 남기기 아까워 꾸역꾸역 먹었는데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우리부부의 식사양이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하지만 끝내 다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알펜시아에 들어섰다. 하늘이 흐리다.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웰컴 센터. 이곳에서 방을 배정받고 이동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다. 지상에도 주차장이 있긴 한데 짐을 옮기기엔 지하주차장이 편하다.
주차장 한편에 이걸 뭐라 해야 하나? 구르마? 카트? 아무튼 짐을 옮길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의 숙소는 알펜시아 콘도다. 콘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뷰(View)다.
식탁과 싱크대. 가구나 집기류는 평범한 편이다.
주방과 욕실. 주방엔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 비치돼있다.
- 침실. 침대의 매트리스가 두툼하고 포근한 것이 편했다.
- 침대 편에서 바라본 침실. 침실과 욕실을 잇는 미닫이 문이 있다.
- 소파에서 바라본 TV.
- 그 아래에 있는 벽난로를 가장한 히터. 히터의 스위치를 켜면 벽난로에 전기불이 들어오면서 장작을 태우는 듯이 보여준다. 나름 잘 만들었다.
- 침실 한편에 있는 옷장. 옷장에는 작은 금고가 있다. 사진에는 이불이 보이는데 아들이 있어 추가로 준비해 달라고 예약시 주문했던 것이다. 추가 비용 같은 것은 없다.
- 아들은 욕실의 슬리퍼를 신고선 왔다갔다 한다. 그런데 입모양이 힘을 주는 듯 한게 응가를 누고 있나보다. 아들! 영역 표시를 하려는 것이냐~!!!
아들이 아직 어린지라 가구들이 각지고 뽀족한 게 신경쓰인다. 가구들의 모서리가 둥글렀으면 좋았겠다. 가구들이 매우 날카로운 편이다.
우리 방은 2층이었다. 전망이 나쁘지는 않지만, 특별한 볼것 또한 없다. 알펜시아에서 좋은 전망은 스키장을 바라보는 곳이지 않을까 싶다. 강원도 평창, 특히 대관령의 하늘은 변덕이 심하다. 변덕이 심하니 계속 흐리진 않겠지?
다음날 숙소에서 아침을 해먹고 ‘오션700’에 갔다. 성수기인 시기는 지났고 평일이어서 그런지 수영장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들과 처음 실내물놀이 시설에 갔을 땐 여름이었는데, 사람이 많아 시설 내에서 울리는 소리에 아들이 무척 힘들어했었다. 그래서 실외 풀장에서만 놀았었는데 오늘은 조용하고 신나게 놀수 있겠다.
물대포 쏘고, 미끄럼 타고, 엄마랑 물총 놀이도 하고, 튜브 타고 유수풀도 돌고 했다. 유수풀의 출렁임이 다른 물놀이 시설보다 활기찬게 재미있었다. 아들에겐 이곳에서의 시간이 가장 즐거웠을 거라 생각된다.
아들도 물의 출렁임이 재밌나보다. 즐거움에 소리까지 지른다.
물놀이 중간 ‘오션700’ 내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들은 밥은 먹지 않고 어묵만 먹을 뿐이다. ㅠㅠ (이놈을 어떻게 해야...)
식사 후 따듯한 물이 나오는 곳에서 좀 더 놀다가 물놀이를 마쳤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후불결제를 하는데 식사비 외에 ‘구명조끼’ 이용료(8,000원)가 포함돼 있었다. ‘구명조끼’를 빌릴 때 이용료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 무료인가 보다 했는데 속은 기분이다. 안전을 위한 것이니 사용료가 붙는다 해서 사용하지 않을 건 아니지만, 소비자에게 비용을 알려나 주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다.
말이 나온 김에 좀 더 해야겠다. 지금까지 다녀본 모든 물놀이 시설에서 ‘비치 체어’ 사용료를 받던데, 사람들이 물놀이 시설을 찾는 것은 즐겁게 놀며 쉬기 위함 일 거다. 물놀이 시설 내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은 ‘비치 체어’ 정도인데 그곳을 돈을 받고 대여한다니...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리고 ‘구명조끼’는 안전을 위한 것이다. 몇몇 놀이시설에선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이용을 못 하게끔 되어 있다. 안전하지 못한 놀이시설은 놀이시설이 아니다. ‘구명조끼’가 포함되어야만 그것이 안전한 놀이시설이 된다면 그 놀이시설에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맞는 것이다.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물놀이 시설에서 소비자에게 안전을 위한 비용을 요구하다니 기본이 안 됐다. 그것이 아무리 상업적인 시설이라지만 기본 요소를 옵션으로 바꾸어 소비자에게 선택하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한 속 보이는 상업행위이다. (글을 쓰다가 좀 불타올랐다. --;)
물놀이하느라 피곤했는지 숙소에 돌아오니 바로 잠이 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프렌치프라이’를 먹고 싶어 ‘롯데리아’에 들렀는데 ‘프렌치프라이’가 없단다. 판매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콜라’만 마셨다는...
저녁은 외식 했다. 차를 몰고 10여 분만 나가면 식당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들린 곳은 '황태 회관'이란 곳이었다. 집사람은 황태구이를, 나는 황태 미역국을 주문했다.
황태구이는 맛은 기본이고 서울에서 먹었던 것들보다 두툼하고 식감이 좋았다. 서울에서 먹었던 황태구이는 좀 빈약한 축에 드는구나 생각했다. 한 조각을 입속에 넣으면 입속을 푸짐하게 채워준다.
이곳 반찬들은 눈으로 볼 땐 먹음직스럽게 생기진 않았지만, 생김과는 달리 반찬 하나하나가 무척 맛있었다. 멋만 부린 음식보단 맛만 부린 음식에 가까웠다. 그중 고랭지 배추는 어찌나 단지 한 바구니 담겨 있던 것을 모두 먹어버렸다. 아! 황태회관에선 아들도 밥을 잘 먹었다.
황태회관을 나오니 바로 옆에 황태포를 판매하는 가계가 있어 황태포를 구매했다. 황태는 5마리를 구매했는데 2만 5천원 정도였던 기억이다. 주인분께서 황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집에 돌아온 며칠 후 집사람이 황태구이를 해줬는데, 집에 황태가 한 마리 있어 새로 구매한 황태와 같이 한 마리씩 구웠다. 맛을 보는데 역시나 차이가 느껴진다. 가장 큰 차이는 고기의 두툼함과 딱딱하지 않고 포실포실한 식감이었다. 그런 황태의 차이가 소스의 받아드림에서도 차이를 보였는지 혀가 느끼는 즐거움에서도 차이를 느꼈다.
위 사진은 황태를 구매할 때 받았던 황태 조리법 전단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도 받을 수 있단다.
다음날 체크아웃은 오전 11시까지였다. 여행상품에 조식 뷔페 이용권이 있어 뷔페를 이용했다. 집사람이 알펜시아 조식뷔페에 대한 블로그 평을 미리 봤었는데 별로란 평이 좀 있었단다. 직접 먹어본 평으로는 훌륭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정도면 괜찮았다 싶다. 조식뷔페는 음식의 가지 수도 그렇고 양도 대부분 단촐하게 나오는 편인데 그 점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알펜시아 직원분들은 무척 친절하단 평이었는데 평대로다. 만족.^^ 체크아웃하고 알펜시아를 떠나기 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놀이터라면 언제나 신나하는 아들이다. 좋아하는 계단도 오르고 미끄럼도 타고 그네도 타고. 아직 그네는 혼자 타지 못하는데 이날은 조심조심 태워봤다. 아직 잘 흔들지는 못하지만, 입술에 힘을 주며 균형을 나름 잡도 있다. 아들은 하나하나 균형을 잡아가며 성장 중이다.
놀이터 옆에 있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규모가 무척 크고 멋지다.
걸어오는 가족 사진을 마구마구 찍는데, 내가 꼭 파파라치가 된 기분이다.
스키장이 있는 쪽으로 가면 이런 곳이 있다. 페트병에 색을 칠하고 바람개비 처럼 갈라놓았다. 사진으로 보면 멋져 보일 수 있겠으나 실제로 보면 별로라는... 보수가 필요하다. (눈 쌓이고 보면 달리 보일라나?)
스키 코스와 리프트가 보인다. 울 아들은 스키 타려면 아직아직 멀었다. 어여어여 커서 같이 스키 타보자~~~^^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인 ‘가산 이효석’ 선생의 생가를 찾았다. 먼 길을 달려온 것이 허망하게 이효석의 생가는 볼 것이 없었다. 그냥 생가라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이 글을 쓰며 잠시 ‘이효석 생가’를 검색해보니 ‘이효석 생가’는 개인 소유지여서 부지확보가 어려워 다른 곳에 생가를 복원해 놓았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원래의 생가와 복원된 생가는 700m 거리란다. 어쩐지 내비게이션이 ‘이효석 생가’를 두 곳으로 알려줬었더랬다. 조사를 미리해뒀으면 복원된 생가를 들렸을 텐데. ‘이게 뭐냐!’ 하며 허망해만 했느니... 늦은 시기에 갔던지라 메밀꽃도 볼 수 없었다. 메밀꽃 피는 시기는 7~10월 사이란다. 참고들 하시길.
생가 주변엔 메밀 전문 음식점이 두 곳 있다. 원래 가려던 음식점(메밀꽃향기)엔 김장하느라 잠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비수기에 오긴 했나 보다. 안쪽에 있는 음식점(봉평 메밀꽃 필 무렵)으로 갔다.
매밀 전문음식점 ‘봉평 메밀꽃 필 무렵’의 입구
메뉴. 부담스러운 가격대는 없다.
음식점의 실내.
메밀 막국수와 메밀비빔국수, 메밀전을 주문했다.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다 먹고서야 든다.--; (황태 회관에서도 먹는 도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난 맛집 블로그는 쓰지 말아야겠다.) 다 먹고 나서 이런 사진이나 찍다니...
다음에 들린 곳은 양떼 목장이다. 대관령삼양목장에서 많이 봤던 풍력 발전기가 이곳에도 하나 있다. 집사람의 말로는 저 풍력발전기가 있는 위치가 바람길이란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크다. 대관령삼양목장에서 봤던 풍력발전기보다 커 보인다. (확실치 않음.)
양떼 목장 산책로 안내도
건초 판매 안내문
협조 안내문
매표소를 시작으로 화살표 방향으로 돌아서 양들에게 건초를 주고 다시 매표소로 나오는 코스다. 길은 평지가 아니다. 작은 언덕을 오른 후 내려오는 정도라 생각하면 되겠다. 오렌지 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가장 높은 위치일 거 같다.
매표소까지 차를 가져갈 수는 없다. 매표소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400m 정도다.
양떼 목장 산책로의 시작 부분. 이날은 다행히도 날씨가 좋았다.
어? 그런데 양떼목장에서 양들이 안보인다.
산책로를 조금 오르니 저 멀리 양떼들이 보인다.
몇 년 전 ‘양떼목장’과 ‘대관령삼양목장’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대관령삼양목장’을 간 적이 있다. 그때 ‘대관령삼양목장’이 그렇게 넓은 줄 몰랐었다. 그때문인지 난 양떼목장도 무척 넓으리라 생각했나보다. ‘대관령삼양목장’에 비하면 ‘양떼목장’은 아담하는 말이 맛을 것이다.
양떼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위치에 왔는데 울타리 너머 너무 멀리 있다.
양들에게 건초를 줄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들어올 때 받았던 입장권이 건초 교환권인데 한 바구니의 건초를 받을 수 있다. 양을 처음 보는 아들은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다. 아직은 본능적으로 호기심보다 조심스러움이 앞선다.
조금 더 있으니 익숙해졌는지 가까이 다가간다.
몇 년 전에 ‘대관령삼양목장’에 가기를 잘했었고 이번에 ‘양떼목장’에 가기를 잘했단 생각이 든다. ‘대관령삼양목장’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가기엔 너무 넓고 유모차를 가져가기에도 길이 좋지 않아, 안거나 같이 걸어야 했을 텐데 그러기엔 또 목장이 너무 넓었다. 양떼목장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책하기에 적당한 넓이였다. 비탈길이 있어 좀 힘들겠지만, 유모차도 가져갈 순 있을 정도다.
양을 만져보게 하려 했는데 만지려다 만다. 양의 털은 탄력이 있어 폭신폭신한 것이 느낌이 좋다.
참 순하다. ‘순한 양 같다.’란 말에서 ‘양’을 대신할 동물이 있을까 싶다.
몇 년 더 있으면 신나하며 건초를 주고, 만지고 싶어 하겠지.
양들아 우리 아들 더 크면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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